엑스맨 탄생 울버린 영화 피와 운명
1845년, 어린 제임스 하울렛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남자가 진짜 아버지임을 알게 되는 충격적인 순간을 겪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발현된 그의 능력과, 이복형제 빅터와 함께 도망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남북전쟁, 세계대전 등 수많은 전쟁을 함께 치르며 두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빅터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야수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면 제임스는 자신의 야성을 통제하려 노력합니다. 팀 X에 합류한 후, 빅터의 무자비한 행동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제임스는 결국 팀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이는 두 형제의 결정적인 분기점이 됩니다.
피로 맺어진 형제이지만, 그들이 선택한 길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빅터는 자신의 야수성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반면, 제임스는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둘의 숙명적인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그들은 계속해서 충돌하게 됩니다.
리브 슈라이버가 연기한 빅터 크리드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복잡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의 폭력성은 단순한 본능이 아닌, 세상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특히 동생 제임스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려 하는 것에 대한 그의 배신감은 깊은 상처로 작용합니다.
두 형제의 관계는 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본성과 싸우며 구원을 찾으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본성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많은 신화와 문학에서 다뤄온 보편적 주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신화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줍니다.
더불어 이들의 불멸성은 그들의 비극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죽지 못하는 존재로서,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영원히 짊어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는 그들의 형제애와 적대감이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임을 암시합니다.
복수의 대가
사랑하는 연인 실버폭스의 죽음은 제임스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는 스트라이커의 웨폰 X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아다만티움을 주입받아 거의 불멸의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이는 그를 더 큰 비극으로 이끌게 됩니다.
스트라이커의 배신으로 제임스는 실버폭스의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복수심에 불타 스트라이커를 쫓는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자신의 인간성을 잃어갑니다. 실버폭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이미 시작된 비극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습니다.
복수라는 테마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프입니다. 제임스의 복수는 물론, 빅터의 배신감에서 비롯된 복수, 스트라이커의 아들을 잃은 것에 대한 복수심 등 다양한 층위의 복수가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이들의 복수는 마치 그리스 비극처럼 끝없는 폭력의 연쇄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스트라이커라는 인물의 복수심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그의 아들이 뮤턴트였다는 설정은 그가 뮤턴트들을 실험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이나 군사적 필요 때문만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개인적 비극을 전체 뮤턴트에 대한 복수로 확장시키는 그의 모습은, 증오가 어떻게 정당화되고 제도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모든 것이 스트라이커의 계획된 음모였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이미 많은 것이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한번 잃게 된 제임스는 결국 자신의 기억마저 잃어버리게 되고, 이는 그가 울버린으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복수의 연쇄는 결국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냅니다. 실버폭스의 최후 역시 이러한 비극성을 강조합니다. 그녀의 죽음은 제임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지만, 동시에 그를 구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복수가 가진 자기 파괴적 본질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야수성과 인간성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주제는 야수성과 인간성 사이의 갈등입니다. 제임스는 자신의 본능적인 폭력성을 통제하려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평화로운 나무꾼의 삶을 선택한 것도, 폭력을 거부하려 했던 것도 모두 그가 인간성을 지키려 했던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휴 잭맨은 이러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연기해 냅니다. 특히 그의 눈빛은 야수적 폭력성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내며, 캐릭터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가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이처럼 강인한 외면과 섬세한 내면의 대비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완전한 무기가 되기로 선택한 순간, 그의 인간성은 더욱 강하게 드러납니다. 스트라이커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판단과 도덕성을 지키려 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진정한 강인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다만티움을 주입받는 장면은 이러한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육체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오히려 자신의 인간성을 더욱 강하게 지켜내려 합니다. 고통스러운 실험 과정에서도 그가 보여주는 의지는 단순한 신체적 능력이 아닌 정신적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제임스가 기억을 잃는 것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닌, 그가 지켜내고자 했던 인간성이 여전히 그의 본질임을 암시하는 결말이기도 합니다. 후속 시리즈에서 보이듯, 기억을 잃은 후에도 그의 도덕성과 정의감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야수성과 인간성 사이의 균형, 폭력의 유혹과 도덕적 판단 사이의 갈등은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울버린의 이야기는 이러한 보편적 고민을 슈퍼히어로 장르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